3. 감사 (골 3:15-17) 

신자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 신자의 삶의 동기를 유발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사는가?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들의 동기와 목적에 힘을 주고 앞으로 나가도록 이끌어가는 동력은 무엇인가?” 등이다. 이에 대한 성경과 개혁주의의 대답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신자들은 죄책감이나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공포나 율법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신자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삶을 이끌어가는 성향은 감사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신자의 삶 전체는 하나의 반응, 즉 “감사합니다!”로부터 출발해서 행동으로 나온다. 이 사실은 개혁주의 신앙고백 표준 문서중의 하나인 하이델베르그 신앙교육문답서의 3중 구조 중 세 번째 부분인 ‘감사’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죄와 죄책과 죽음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고 구출된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들의 새로운 삶을 감사하며 산다. 이와 관련하여 하이델베르그 신앙교육문답서의 세 번째 부분이 십계명 강해와 주기도문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독특하다. 율법의 핵심으로서 십계명 강해를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이해하는 개혁신학의 율법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원 받은 신자의 삶을 위한 규범과 원리로서 율법을 이해하는, 소위 ‘율법의 제 3의 용법’에 관한 것이다. 십계명은 단순히 열 가지 계명들을 열거하고 있지 않다. 십계명에는 전문(前文, preamble)이 들어 있다. “나는 너를 애급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출 20:1). 기차 은유로 하자면, 이 전문은 열개의 객차와 같은 십계명을 이끄는 기관차이다. 따라서 열개의 계명들은 하나님의 구원은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감사의 표현 방식이다. 

신자의 감사생활에 대해서, 신약성경도 동일한 가르침을 제시한다. 골로새서 3장에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신자의 새로운 삶을 설명해나가면서 바울은 감사함을 세 번이나 언급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 평강을 위하여 너희가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나니, 또한 너희는 감사하는 자가 되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라.”(골 3:15-17)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향과 행동에 힘을 주는 근원으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하는 신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 및 ‘하지 말라’는 것들에 대한 외면적인 일치를 주장하는 율법주의에 유혹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율법주의는 신자를 그리스도로부터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율법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종교생활이 하나님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율법주의적 정신은 감사하는 정신, 감사의 심정과는 거리가 멀다. 율법에 대한 개혁주의적 이해를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율법주의는 때때로 개혁교회의 경건을 오염시켜왔다. 신자는 죄책을 없애거나 구원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그들의 죄책을 없애시고 값없이 구원의 선물을 주셨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다. 순종은 구원을 얻는 방편이 아니라 구원의 선물에 대하여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삶의 방식이다.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서 율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보은의 표현으로 감사하고 사는 삶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음을 우리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회개해야한다. 모든 참된 순종은 감사의 마음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류호준 목사